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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위기론 확산 속...부인할수록 더 커지는 ‘김한길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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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왼쪽)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소상공인 자생력 높이기 특위’출범식에 참석해 위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인 지난 17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 만찬. 헤드테이블 윤석열 대통령 오른쪽에는 김한길 통합위원장, 왼쪽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앉았다. 윤 대통령은 통합위 만찬에 여당 지도부와 주요 부처 장관, 대통령실 참모까지 대거 참석시켰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서 “통합위의 정책 제언이 제게 많은 통찰을 줬다”면서 통합위가 그간 내놓은 정책 프로그램을 정부는 물론 국민의힘이 적극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통합위 1주년 성과 보고회에서도 “전 부처가 통합위 자료들을 정책에 반영하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역 통합론에서 나아가 계층 통합론에 주목한 김 위원장 제언을 대통령이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정치 리베로’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다는 말도 여권에서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일본을 전격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도쿄를 찾아 일본 언론계와 정계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부친 김철씨가 1950년 일본 요미우리신문 서울특파원을, 전후엔 재일민단 사무총장을 지낸 인연으로 일본 언론계와 정계에 적잖은 인맥이 있다고 한다.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김 위원장은 워싱턴DC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공식 외교 라인에서 하기 어려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 참여를 준비할 때 김 위원장의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수도권을 기반으로 중도·실용을 표방한 정치 노선을 걸어왔다”며 “이런 점들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극복해야 할 윤 대통령으로선 김 위원장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김기현 2기’가 난항할 경우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 안에서 그를 견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이 기존 보수 지지층의 반발을 사 오히려 국민의힘의 분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대표는 17일 만찬 발언 때 김 위원장에게 “통합위원장 역할을 계속 잘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참석자는 “김 대표가 덕담으로 한 말이지만 정가에서 비대위 가능성이 계속 거론된 것과 맞물려 의미심장하게 들렸다”고 했다. 김 대표가 김 위원장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 위원장도 자신을 향한 ‘역할론’을 의식한 듯 지난 17일 통합위 회의에서 “나의 거취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어디 안 간다. 동요하지 말고 통합위 본연의 업무를 열심히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현 여권에 대한 현상 타파에 나설지가 관건”이라며 “‘정치적 이주자’ 격인 김 위원장이 여권의 변화를 주도할 정도로 안착했는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