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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與가 살 길은, 文에 실망해 尹 찍은 ‘유권자 연합군’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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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했고 토지개혁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 낸 이승만 대통령의 공을 높이 평가한다. 최 소장은 “여야를 떠나 윤석열 정부가 부여받은 역사적 미션(임무)은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미션인가.

“대한민국의 정치사를 보면 나라 만들기, 산업화, 민주화, 복지국가라는 네 가지 미션이 있었다. 과오도 있지만 역대 정권은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우리 앞엔 이제 미·중 패권을 둘러싼 안보 환경 변화, 글로벌 가치 사슬의 변화, 에너지 전환, 인구 구조라는 4대 위협이 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왼쪽 정당의 왼쪽 그룹과 오른쪽 정당의 오른쪽 그룹이 적대적 공생을 한다. 진보·보수를 떠나 국민의 상식과 어긋나는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 윤석열 정부는 왼쪽과 오른쪽의 공을 두루 인정하고, 중도를 두껍게 할 역사적 미션이 있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에 진 빚이 없다. 그래서 진영을 깨버릴 수 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강조하는 것, 80년 광주와 5·18을 극진히 예우하는 것이 그런 모습이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낮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도 낮긴 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임기 초반 대북 특검을 하면서 자신을 당선시켰던 지지자 연합이 해체됐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광우병 사태가 터졌다. 이런 격변이 없는데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최근엔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 장관 인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장 기각 등 3연타가 결정적이라고 본다.”

-내년 4월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박빙이라고 본다. 역대 선거는 수도권과 충청이 스윙 보터(지지 정당을 바꾸는 지역)였다. 현재 지역구 의석 절반이 수도권이다. 2020년 총선 당시 수도권 121석 중 민주당이 85%를 차지했다. 2000년 이후 평균 점유율 60%보다 높다. 이 중 상당수는 2004년 이후 의원 한 사람이 3~5선 한 지역구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피로감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여당에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여야 어느 쪽이든 수도권에서 혁신 공천을 하는 쪽이 승리한다.”

-여당 내에선 위기감이 큰데.

“2012년 총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배워야 한다. 여야를 떠나서 불리한 선거를 뒤집은, ‘선거의 교과서’다. 내부에선 개혁 성향 초선 의원, 외부에선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약점을 분석해 보수당답지 않은 인물과 정책을 적극 도입했다. 그러니 중도가 “변화하겠구나”라며 넘어왔다. 정치권에서 막연하게 ‘혁신하자’ ‘혁신공천하자’라고 하는데 본질은 ‘지금 약점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상황을 정직하게 보는 자세다. 혁신, 약점 보완, 중도 확장은 동의어다.”

-당시엔 박근혜라는 차기 대권주자가 있었다.

“상황은 그때와 분명 다르다. 당시 이명박 정부 말기였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직 임기의 3분의 1도 안 지났다. 정부·여당이 달라지겠다고 마음먹으면 충분히 변할 수 있다. 선거 전략만 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여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다면 파괴력이 있을 걸로 본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한 장관을 ‘정치꾼’으로 보지만 일반 국민이 보기에 구태 정치인과 차별화되는 신선한 이미지가 있다. 한 장관은 엘리트지만 정치권에서 비주류다. 한 장관이 전면에 나서면 야당에 힘든 싸움이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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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3월 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세암공원 교차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스1

-어떤 의미인가.

“제 주변에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던 수도권 전문직 그리고 이대남(20대 남성)들이 있다. 이분들은 법치와 공정을 중시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장관 인선을 보면서 ‘기괴하다’고 표현하더라. ‘30대 장관이 많이 나올 것’이라던 윤 대통령의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이념이 강조되고 정부에선 검찰, 법무부, 국가보훈부만 보일 뿐 경제·민생 관련 부처는 존재감이 없다. 윤 대통령이 본인을 지지했던 유권자 연합을 스스로 해체한 것이다. ”

-윤 대통령의 역할은?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수도권 보수, 젊은 보수, 온건 보수 중엔 과거 대선에서 문재인, 유승민에게 투표했던 사람도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조국 사태,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보여준 고집스러운 이념 편향에 실망해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다시 비판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들을 포용하거나, 확실히 설득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이 어렵다.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중도 보수가 함께했던 ‘촛불 연합’으로 집권했던 문 정부는 민심을 ‘촛불 혁명’으로 좁게 해석하고, 집권 후 소득주도성장 같은 ‘찐진보’ 정책을 펴며 스스로 유권자 연합을 좁혔다. 그런 점에서 보수가 다음 총선에 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철수, 이준석, 유승민과 싸우면서 유권자 연합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반대로 하는 것이 이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유권자 연합?

“미국 대통령들은 정책을 들고 지역을 돌며 타운홀 미팅을 한다. 프랑스에서 노란조끼 사태(유류세 인상 반대 시위)가 터지자 마크롱 대통령이 맨 먼저 한 게 전국 순회 대국민 간담회다. 해외 순방도 필요하겠지만 의대 정원 확대 혹은 연금 개혁 같은 이슈를 가지고 17개 광역시·도를 돌며 대국민 간담회를 여는 건 어떨까. 진보, 보수를 떠나 좋은 대통령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고 강서구청 보선 결과를 겸손하게 수용하고, 이념보다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면 지지율이 최소 5%포인트 상승할 것이다.”

-현재 야당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강서구청 보궐선거 승리 이후 승리감에 도취된 분도 계신 것 같다. 나는 민주당이 더 위기라고 주장한다.”

-왜 그런가.

“지금 민주당은 사실상 수도권당이다. 그렇다 보니 의원들도 국회 의석의 절반이 비수도권이라는 걸 잊는다. 2000년 이후 6번의 총선에서 민주당은 5번 수도권에서 이겼다. 그런데도 전국적으로 보면 3승 3패였다. 수도권, 충청에서 동시에 70%를 넘은 경우만 과반을 했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조언한다면.

“민주당 역시 승리하려면 혁신해야 한다. 민주당의 약점은 뭔가.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만들어진 반기업 정당, 민주노총당이라는 이미지다. 억울할 수도 있지만 친북·친중 정당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이념 편향 운동권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나는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과거 양향자, 김병관 의원을 영입했던 것처럼 친기업 진보주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야당 역시 공천이 관건이다.

“전대협 출신 60대 국회의원을 한총련 출신 40대로 바꾸는 건 혁신이 아니다. 2030 지지를 얻겠다고 하면 제2, 3의 장경태, 김남국 의원을 찾는 것보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임원을 공천하는 게 효과를 거둘 걸로 본다. 글로벌 기업, 혁신형 스타트업 출신을 30명 정도 공천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 최병천 - 30년 가까이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에서 활동한 야당 내 ‘정책통’이다.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으로 정치권에 입문했고, 민주당 국회 보좌관, 서울시장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부소장,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주류였던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했고, 서울시에서 일할 땐 기존 도심 보전 정책에서 탈피해 ‘서울 4대문 내 용적률 1000% 고밀 개발’ 정책을 추진했다.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 법인세를 낮추고 글로벌 대기업을 키우자는 ‘친기업 진보주의’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