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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쪽방촌 국수 나눔하는 33년 경력 베테랑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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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쪽방촌 인근 무료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윤석 경감(59)이 육수를 담은 그릇을 다른 봉사대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날 배식을 받으러 오는 이들의 발걸음은 한시가 다 돼서야 멎었다./김예랑 기자

김 경감에게 경찰일과 봉사일은 두번째 경력이나 마찬가지다. 1990년 마포서 아현2동 파출소 순경으로 부임한 김경감은 마포 상암동 일대를 순찰하던 중 아동복지시설 삼동소년촌 출신 취객을 마주치면서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을 처음 갖게 됐다고 한다. 이후 직접 삼동소년촌을 방문한 김 경감은 시설에 모여 있는 60명의 아이들이 제대로 된 생필품 하나 충분히 쓸 수 없는 환경을 보고 개탄했다고 한다. 마포에 근무하는 10년 동안 옷과 생필품을 소년촌에 기부하고, 직접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1994년 보다 조직적으로 이들을 돕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봉사단체도 결성했다. 2000년쯤 경사로 특진해 영등포로 근무지를 옮긴 김 경감은 영등포 쪽방촌 일대 환경이 열악한 모습을 목격한 다음해에 조계사 불자들과 쪽방도우미봉사회를 결성, 당시 비어있던 남강파출소 건물 옥상에서 열두명에게 도시락 배식을 시작한 것이 매주 목요일 무료 배식 봉사가 됐다.

근무지가 바뀌고 성과를 내는 와중에도 봉사는 이어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문화재전담수사반장으로 7~8년 정도 근무할 적엔 문화재 20만점가량을 회수하는 데 공을 세웠다. 물론 고된 형사일을 하면서도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김 경감의 가족들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일선에 있으면서도 봉사를 쉬지 않는 김 경감을 오래도록 걱정했다고 한다. 김 경감은 “가족하고 보낼 시간은 별로 없고 봉사에 시간을 쏟으니 걱정과 서운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응원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선행을 하는 길이어도 장애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현재 김 경감과 봉사회가 무료 배식 봉사를 하는 장소인 컨테이너는 불법건축물로 취급돼 강제이행금을 부과받고 있다고 한다. 매해 800만원의 강제이행금은 봉사회가 골머리를 싸맨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한재공익재단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이들에게 수여하는 한재선행상 대상을 김 경감이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을 부담을 덜어내는 데 보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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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경감과 마포서 경찰관들이 국수 무료 배식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홍익지구대 소속 김서은(25) 순경과 신원진(28) 순경은 경찰서 실습을 할 적 만난 김 경감이 봉사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 걸 계기로 이날 함께했다./김예랑 기자

내년 6월 30일 퇴직을 앞두고 같은 서 소속 경찰관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동참을 제안해 이날 마포서 소속 경찰관 3명이 배식 봉사에 함께했다. 김 경감은 “사람 한 명 몸 누이기도 어려운 형편인 분들의 한 끼를 책임진다는 마음”이라며 “평상시 쪽방촌 주민들뿐 아니라 인천 부평, 부천, 과천 등 경기 일대에서도 이곳을 찾아 400~500명의 점심을 책임지고 있으니 쉴 수 없다”고 했다. 이날 한 시 무렵이 돼서야 방문객들 발길이 멎었고 그제서야 한숨 돌린 김 경감은 “오늘 일근 중 휴가를 내고 온 것이라 곧 복귀 해야 한다”면서 이마에 구슬진 땀을 닦으며 호탕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