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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작전 수행’ 미션만 알려졌다, 이스라엘 ‘98 유령부대’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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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혼성부대 카라칼의 여군들이 훈련에 나서고 있다. photo THE TIMES OF ISRAEL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만능선수를 뜻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나 ‘올 코트 플레이어’를 닮았다. 좁은 국토에 사방은 적으로 둘러싸여 항상 동시다발(同時多發) 공격을 대비해야 한다. 정규전이나 게릴라전 모두 익숙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역할에는 남녀노소나 국내외 구분이 없다. 민간과 군대는 첨단기술을 주고받으며 서로 협력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아랍의 위협 속에서도 75년째 생존하는 비결이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산하고 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맞서, 이란과 그의 행동대원인 하마스·이슬라믹지하드·헤즈볼라·시리아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사실 이번에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심하게 스타일을 구겼다. 신출귀몰한 정보력을 지녔다면서도 하마스의 공격을 예측하지 못했고, 90%의 요격률을 자랑한다는 아이언돔(Iron Dome)은 하마스가 20여분간 로켓포 5000발을 쏘아대자 그냥 뚫려 버렸다. 올해 5월만 해도 하마스가 쏜 로켓 270발 중 3발만 놓치고 나머지는 모두 요격했던 아이언돔이 아닌가. 하지만 벌떼 같은 물량 작전에는 약점을 보였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2014년부터 실험 중인 아이언빔(Iron Beam)을 조기 투입하기로 했다. 아이언빔은 고에너지의 레이저를 적의 발사체에 몇 초간 쪼여 폭파시키는 방법이다.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이 개발하다가 미국 록히드마틴이 뒤늦게 합류했다. 최대 7㎞ 거리의 미사일부터 로켓, 드론 등을 단돈 4700원에 요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만 날씨가 흐리면 효과가 사라지는 등 문제가 많아, 일단 아이언돔의 보조 무기로 아이언빔을 투입한다.

이스라엘군(軍)은 또 5년간 개발한 ‘5세대 메르카바 전차(戰車)’인 바락을 지난 9월 공개했다가 이번 전쟁에 곧장 배치했다. 메르카바는 1980년대부터 활약한 이스라엘 탱크의 대명사. 직전 모델인 메르카바 Mk4도 두려운 존재였는데, 바락은 훨씬 뛰어나다.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첨단 센서가 360도 스캐닝하면서 재빨리 목표물을 찾고, 지휘관은 온갖 데이터가 고글에 표시되는 전투 헬멧을 착용하고 완벽한 작전을 수행한다.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시스템인 윈드브레이커도 장착했다. 바락은 401여단 52기갑대대를 시작으로 속속 실전에 배치되는데, 이번 전쟁에도 활약하게 된다. 바락은 이스라엘의 3대 방위산업 업체인 라파엘·IAI(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엘빗시스템이 힘을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스라엘을 방문하면 평상시에도 소총을 둘러메고 버스나 트램을 타는 군인을 쉽게 볼 수 있다. 특이한 모습이다. 과연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 번 망신살을 당하긴 했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와 운용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사력의 핵심은 바로 ‘이스라엘 방위군’이라는 IDF(Israel Defense Forc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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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혼성부대 카라칼의 여군들이 훈련에 나서고 있다. photo THE TIMES OF ISRAEL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펴낸 ‘밀리터리 밸런스 2023’에 소개된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이렇다. 우선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믿어진다. IDF의 현역 군인은 16만9500명이고, 예비군은 46만5000명이다. 육군의 경우 2200대가 넘는 탱크에다 530문의 야포를 보유하고 있다. 공군은 F-16 196대, F-15 83대, F-35 30대 등 모두 339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 43대의 아파치 헬기를 비롯하여 142대의 헬리콥터를 갖고 있다. 해군은 5척의 잠수함에다 49척의 연안전투함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언돔 관련 레이더, 컨트롤센터,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다. IISS의 이런 내용은 물론 추정치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군사 지원으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지금까지 총 75대 주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명한 자폭(自爆) 드론 하피도 이스라엘의 특산품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2년 이스라엘의 국방비 지출은 총 234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했다. 퍼센트로만 보면 세계 10위다. 하지만 2018~2022년 기간 중 국민 1인당 국방비 지출을 따지면 이스라엘은 2535달러로 카타르(3379달러)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그럼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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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조국을 지키는 데 성별·연령·여야(與野)·국내외 구분이 없다.

지난 9월 이스라엘 중앙통계청 발표를 보면 총인구는 979만5000명이었다. 내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중 유대인은 718만1000명(73%), 아랍인은 206만5000명(21%), 기타 54만9000명(6%)이다. 병역 의무는 유대인에게 있고 아랍인은 자원자만 입대 가능하다. 무엇보다 사회지도층이 되려면 군 간부 경력이 필수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지금 60대 이상인 사람은 이런 스토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국에 있는 이스라엘과 아랍 유학생이 중동전쟁 발발 소식을 듣자 모두 짐을 꾸렸다. 이스라엘 유학생은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간 반면, 아랍 유학생은 나라에서 징집할까 봐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과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전쟁) 당시 회자되었던 스토리다. 과연 그럴까. 사실 이스라엘 국민 중에는 잦은 군사적 충돌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조국을 떠나는 역(逆) 알리야(고향인 이스라엘로 돌아간다는 뜻의 히브리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전쟁을 통해 예전의 소문이 그냥 소문이 아님을 확인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전 세계에서 사업이나 공부를 하던 예비군들이 자발적으로 귀국했다. 뉴욕에서 음식배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오렌 사르는 “조국이 위기인데 9000마일 떨어진 뉴욕에서 뉴스만 지켜볼 수 없다”며 귀국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님로드 네단은 “하마스의 공격으로 친구 두 명이 실종됐고 내가 근무했던 대대나 친척 중에도 사망자가 나오는데 리투아니아에 앉아서 공부만 할 수 없다”면서 역시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이스라엘 비행편이 많은 파리 공항은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이스라엘 예비군들로 줄을 이었다. 그동안 격렬하게 사법개편안 반대 시위를 계속하던 인사들도 전쟁이 발발하자 속속 예비군에 합류했다. 여당과 야당도, 친정부와 반정부도 나라의 전쟁 앞에서는 구분이 없다. 무릇 한 나라의 군사력을 사람·무기·시스템 등 3가지 요소로 평가하는데, 국민들의 놀라운 애국심은 이스라엘군을 늘 세계 최강으로 꼽게 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17만3000명의 현역 군인을 두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46만5000명의 예비군이다. 현역의 경우 18세에 입대하는데 남자는 2년8개월, 여자는 2년을 복무한다. 특이한 것은 이들이 제대하면 해당 부대를 통째로 예비군 부대로 전환시킨다는 점. 남자는 40~45세까지, 여자는 34세까지 예비군이다. 현역 당시 부대원들과 함께 매년 55일 정도의 소집 훈련을 20여년 정도 받는다. 평생 전우가 되고, 이러한 전우애가 막강 군사력의 기반이 된다. 오합지졸 비슷한 우리나라 예비군 훈련장을 생각하면 안 된다.

예비군은 현역 시절의 경험을 고스란히 살린다. 전투기 조종 같은 고난도 업무 역시 예비군이 거뜬하게 해낸다. 1973년 욤키푸르전쟁 당시 초반에는 이집트와 시리아에 밀렸으나, 40만명의 예비군을 긴급 소집해 승기를 잡았다. 당시 외신들은 “이스라엘처럼 빠르게 예비군을 소집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불가능하다”며 감탄했다. 2014년 하마스와 50일전쟁을 벌일 때도 4만명의 예비군이 하마스의 땅굴인 ‘가자 메트로’와 무기고 등을 찾아 부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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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와의 전쟁에 조기 투입하기로 한 5세대 메르카바 탱크인 바락. photo IDF
2년간 군 복무한 ‘원더우먼’ 갤 가돗

박수철 전(前) 주이스라엘 국방무관은 “유대인 청소년들은 고3이 되면 공군 조종사, 탈피옷(과학기술 특별사관), 사이버부대, 특수부대, 정보국 입대를 위한 시험에 응시하고 불합격자는 다시 전투병으로 지원하거나 참모병으로 입대하게 된다”면서 “어느 부대로 입대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진로가 달라지는데, 사회지도층에 특수부대·정보국·전투부대 출신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식 사관학교는 없지만, 병사들 가운데 우수 인력을 뽑아 장교훈련학교에서 장교로 키운다. 공군 조종사의 경우 2005년부터 3년제 아카데미를 신설했는데 형식상 공군사관학교로 부르기도 한다.

이스라엘 군사력의 또 다른 축은 여군이다. 유대인 여성들은 1948년 건국 이전부터 민병대 하가나(Haganah)의 멤버로 독립투쟁에 참가했다. 자연스레 건국 이후 여성 의무복무제가 시행됐다. 현역 군인 중에 35% 정도는 여군이다. 영화 ‘원더우먼’의 주인공 갤 가돗(38)은 2004년 미스 이스라엘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2년간 군복무를 하며 전투교관 보직 등을 맡았다. 그녀는 지금도 고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

여군 중에 5% 정도는 보병·포병·기갑 등 전투병과에 배치되어 있다. 특히 2004년 창설된 남녀 혼성 전투부대인 카라칼(caracal·아프리카살쾡이) 대대는 2012년 테러리스트 3명을 사살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남성과 똑같이 2년8개월 복무한다. 10여㎏ 무게의 군장을 늘 메고 사막에서 매일 4㎞를 뛰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지금 카라칼 대대는 여성이 절반을 넘어섰다. 이들은 이스라엘 방산업체 IWI가 만든 타보르 소총을 들고 이집트 국경지대를 방어하고 있다. IWI가 만든 제품에는 타보르 소총, 네게브 경기관총, 우지 기관단총 등이 유명하며 최근 아라드 소총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군에는 4개의 혼성 전투부대가 있다.

한국인으로 이스라엘 영주권을 가진 부모를 둔 L군과 여동생은 최근 이스라엘군 복무를 마쳤다. L군은 공군에서 F-15 전투기 7대의 정비 책임자로 하사까지 진급하며 4년을 복무했다. 그는 한국군에 재입대할 생각이다. 여동생은 육군 최전방에서 근무했는데, 지난해 최우수군인 120명에게 주어지는 이스라엘 대통령상도 받았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애국심에는 건국 이후부터 진행되는 국가정체성 교육 프로그램 ‘셸라흐’가 큰 영향을 미쳤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도 지난 2월 예루살렘에서 셸라흐를 참관했다. 중·고교 시절에 의무적으로 주 1시간씩 강의를 듣고, 2박3일 현장 체험도 하는데 2000년 전 로마군에 맞서 항거하다가 전원 자결했던 마사다 요새를 꼭 방문한다. 대학에 진학할 때 셸라흐는 필수과목으로 입시에 반영된다.

이스라엘 군대도 사람이 모인 집단이다 보니 수많은 문제가 벌어진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책을 놓고 반발하기도 하고 가끔 성범죄가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애국심으로 잘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 항상 동시다발에 대응하는 국방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사방이 적에게 둘러싸여 있다. 남쪽 이집트, 동쪽 요르단, 북쪽 레바논, 북동쪽의 시리아·이라크·이란 등 어디 하나 만만한 곳이 없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는 늘 골칫거리다. 그래서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싸우는 걸 운명으로 알고 있다. 제1~4차 중동전쟁이 모두 동시다발 전투였고, 이번 전쟁도 마찬가지다. 만일 우리나라가 서쪽 중국, 북쪽 북한, 동쪽 일본과 동시에 전투를 치른다고 상상해보라.

그래서 이스라엘의 전쟁전략은 보통 △선제기습 △속전속결(항상 총기와 실탄을 휴대) △적의 영토에서 전쟁을 수행한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영토가 협소하기에 방어보다는 우세한 공군력을 활용한 선제공격을 선호한다. 또 초기부터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을 적국(敵國) 영토 내로 전환, 이스라엘 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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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에너지의 레이저를 사용하며 아이언돔을 보조하는 차원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에 조기 투입하기로 한 아이언빔의 개념도. photo IDF
베일에 싸인 ‘98유령부대’의 역할

최근 이스라엘군은 적대세력의 위협이 지상·지하·해상·공중·사이버 등으로 확장되자 대응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심했다. 가령 이란은 ICBM을 이용한 핵·미사일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으로도 위협하고 있다. 헤즈볼라와 시리아는 국경 일대와 연안에서 국지적인 충돌이 잦다. 하마스는 지난 10월 7일 침공 이전에도 도시공간과 지하터널을 활용하여 테러와 로켓발사를 계속해 왔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2020년 1월 야론 핀켈만 준장이 지휘하는 98공수사단 예하에 ‘다영역작전부대(Multi-Dimensional Unit)’를 설립, 2년 전부터 실전에 투입하고 있다. 별명이 ‘98유령부대’인데, 실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중령이 지휘하는 대대급 규모이고, 최정예 요원으로 구성됐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군은 여러 번의 실전을 통해 98유령부대가 대대급이면서도 사단급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최고 엘리트 부대인 탈피오트(Talpiot·히브리어로 난공불락의 최고라는 의미)는 이스라엘 군사력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창의성 뛰어난 엘리트를 뽑아 연구개발에 활용하자는 취지로 1979년부터 시작됐다. 매년 1만명 이상의 후보자가 지원하는데 3차례 전형을 통해 50명을 뽑는다. 최종 선발이 되면 히브리대학교에서 3년간의 위탁교육(학사과정)을 받는데 수학·물리학·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하며 일반 학사과정보다 40% 많은 과목을 이수한다.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여름 12주간 기본군사훈련을 받고, 정보국·해군·공군의 특수훈련과정도 이수한다. 3년 뒤 수료할 때는 학사학위 취득과 동시에 중위로 임관된다. 보통 70~80%가 수료에 성공한다. 이들은 국가 주요 기관에 배속되어 6년간 의무 복무하는데, 주로 첨단무기 연구개발에 참여한다. 이스라엘의 IT업계 천재들 중에는 탈피오트 출신이 많다.

셋째, 군사와 경제를 묶어 늘 방위산업과 연계된 첨단기술 개발을 한다.

이스라엘 방위산업은 1920년대 유대인 집단촌에 대한 아랍인들의 공격에 맞서 무기와 탄약을 생산하면서 시작됐다. 1933년에는 최초의 방산기업 TAAS가 설립되었다. 이스라엘은 건국 초기에는 프랑스산 수입 무기에 의존했으나, 1967년 프랑스의 무기 금수(禁輸)조치 이후 독자적인 무기체계를 개발해왔다.

이스라엘은 군사와 경제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무기개발과 첨단기술을 연결시켰다. 무기 시스템에서 응용한 기술로 창업해 세계적인 스타트업이 되기도 하고, IT·바이오 벤처에서 만든 기술이 신무기에 적용되기도 한다. 실제 이스라엘은 국가 규모(인구와 GDP 등) 대비 연구개발(R&D) 인력 비율이 세계 1위다. 근로자 1만명당 과학기술자가 140명(미국 85명, 일본 83명)이다. 테크니온공대, 히브리대, 와이즈만연구소 등 세계적 연구기관들이 첨단무기와 실용분야를 오가는 하이테크를 개발하고 있다. IDF와 방산업체 사이에도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진다. 가령 군 담당자가 방산업체에 상주하면서 개발 일정을 확인 조정하고, 요구 수준의 70% 정도에 도달하면 일단 제품을 사용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고 발전시킨다.

올해 6월 이스라엘 국방부에 따르면 2022년 방위산업의 수출 규모는 약 125억달러(약 17조원)로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고, 그중 정부간(GTG) 수출계약은 5년 만에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2020년 UAE·모로코·바레인 등과의 아브라함협정 체결,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컸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최대 고객이다. 이스라엘이 주로 수출한 무기를 보면 무인기(UAV)·드론(25%), 미사일·로켓·방공 시스템(19%), 레이더·전자전(EW)(13%), 관측·광학(10%) 순이었다.

이스라엘은 첨단 무기를 만들어 자국 방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손님을 끌고 있다. 최근 라파엘이 개발 중이라고 밝힌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체계 ‘스카이소닉(Sky Sonic)’, IAI가 2015년부터 개발하여 곧 실전 배치하는 다목적 공중 정찰 감시 체계 ‘MARS2’가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은 이런 무기를 통해 이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고, 우방국가에 수출하면서 짭짤한 수익도 거둘 전망이다.

넷째, 이번에 모양새를 구기긴 했지만, 이스라엘은 전쟁 시작 전 이미 ‘절반을 이기기’ 위해 정보력을 가장 중시한다.

KOTRA 텔아비브무역관은 “1973년 10월 6일 이집트와 시리아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한 채 무방비로 당했던 욤키푸르전쟁을 겪은 뒤, 이스라엘은 적의 공격을 사전에 파악하는 항공정찰·레이더·미사일·정보통신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은 해외정보 기관인 모사드(Mossad), 국내정보 기관인 신베트(Shin Bet), 군사정보 기관인 아만(Aman)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방첩 활동을 편다. 보통 시긴트(SIGINT·신호정보)와 휴민트(HUMINT·인적정보)를 중심으로 이민트(IMINT·영상정보)와 오신트(OSINT·공개정보)까지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첨단 IT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긴트 능력이 가장 탁월하다. 다만 수년간 가자지구를 봉쇄하면서 현지의 휴민트를 상당히 잃어버렸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첨단기술을 피해 아날로그와 석기시대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습공격을 숨겼다. 게다가 하마스는 거짓정보와 기만전술에도 능하다. 때로 팔레스타인 병원이나 학교를 자신들이 폭파시켜 놓고 “이스라엘의 악마 시온주의자들이 저질렀다”고 선동한다. 이스라엘은 군사력과 첨단기술에 비해, 심리전이나 선전선동 능력은 하마스나 헤즈볼라에 뒤져 보인다.

이스라엘 8200부대는 암호 해독, 첩보신호 수집 등 이른바 시긴트 분야의 최고 전문가 집단이다.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나 영국의 정보통신본부(GCHQ)와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8200부대는 그곳 출신들이 체크포인트 등 세계적인 벤처기업 스타들로 변신하자, 탈피오트와 함께 ‘스타트업 사관학교’로 불리고 있다. 2010년 스턱스넷이란 컴퓨터 바이러스를 심어 이란 핵시설의 가동을 멈추게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수년 전 아랍 테러리스트가 시드니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에티하드항공 A380 여객기에 폭탄을 설치하려던 사실을 알아냈다. 이슬람 테러조직인 ISIS의 사이버 활동을 지켜보다가 그들이 납치 목표물로 삼았던 여객기 정보를 입수, 호주 경찰에 알려주면서 조종사·승무원·승객을 안전하게 구출했다.

끝으로 이스라엘은 평소 군사력에서 자주국방(自主國防)을 외치지만, 안보 위기를 당하면 미국과 손잡는 것을 잊지 않는다. 미국은 대(對)이스라엘 군사원조 프로그램(FMC·Foreign Military Financing)을 통해 연간 38억달러 규모를 지원하는데, 이 금액의 상당 부분은 미국 무기를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이번 전쟁에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전면적인 지원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