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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의 도전, "KBO리그 역사에 남는 기록 세우고 싶어요"


KT 위즈 고영표. 연합뉴스

올 시즌 KBO리그 선발 투수들의 9이닝당 볼넷 개수(BB/9)는 평균 2.67개다. 선발 투수들이 보통 5이닝을 소화한다고 계산한다면, 경기 당 1개 이상의 볼넷은 꼭 준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경기당 단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은 완벽한 투수가 있다. KT 위즈의 고영표(32)가 9이닝당 0.75개의 볼넷을 내주는 짠물 투구로 압도적인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고영표의 여름은 더 빛났다. 7월 이후 고영표는 6경기에서 단 2개만의 볼넷을 내주는 정교한 투구를 선보였다. 또 고영표는 7월 8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 +·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무결점 투구도 펼쳤다. 매 경기 볼넷 없이 투구 수를 잘 조절한 고영표는 긴 이닝을 최소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압도적인 활약으로 고영표는 7월 한 달간 4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1.30의 호성적을 냈다. 4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고, 볼넷은 단 한개도 없었다. 이에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고영표를 7월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했다. 그는 “(이 기간에) 팀이 많이 이겨서 기쁘다. 다른 선발 투수들도 잘해줬는데, 내가 이렇게 MVP까지 받게 돼 기분이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무더위에도 고영표는 지치지 않는다. 고영표는 7, 8월 6경기에서 49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같은 기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자책점은 단 8점에 불과했고, 1점대 평균자책점(1.45)을 기록하며 리그를 평정했다. 경기 시간도 고영표가 등판한 날이면 확 줄어든다. 올 시즌 고영표가 선발로 나선 KT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2시간 57분). 그만큼 고영표가 효율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고영표는 더 공격적으로, 빠르게 공을 던진다. 결정구 체인지업이 있기에 가능했다. 사이드암 스로의 장점을 잘 살려 무브먼트가 뛰어난 체인지업을 구사하면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현혹시킨다.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고영표의 체인지업 움직임이 정말 좋다. 헛스윙이 돼야 하는데 어떻게든 배트에 걸려 땅볼이 된다"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올 시즌 고영표의 땅볼유도 개수도 리그 최다 2위(175개)로 뛰어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영표의 호투 비결은 역시 ‘볼넷 억제력’이다. 고영표는 “볼넷이 죽기보다 싫다. 차라리 (타자들에게 안타를) 맞자는 생각이다”라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볼넷을 주면 수비수가 지치고 실점이 올라간다.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게 볼넷”이라며 “볼넷을 줄이다 보면 팀 실점이 떨어지고 승리 확률도 올라가게 돼 있다” 라고 말했다.

7월 이후 고영표의 BB/9는 0.36으로 시즌을 치를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이 페이스라면 고영표는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BB/9 최소 신기록을 세운다. 역대 이 부문 1위는 우규민이 2015년에 기록했던 1.00개로, ‘0’의 벽을 깬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고영표는 “시즌 막바지까지 기회가 온 만큼 KBO리그 역사에 남는 기록을 만들고 싶다”며 힘줘 말했다.

목표는 하나 더 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20개의 QS+를 기록하는 것이다. 현재 고영표의 QS+는 15개. 충분히 노려볼 만한 기록이다. 고영표는 “QS+는 가장 만족스러운 기록이다. 선발투수라면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많은 이닝을 끌어줘야 하는데, 7이닝 이상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는 의미 아닌가”라면서 “시즌을 치르다 보니 15번이나 했는데, 20번까지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2010년대 이후 KBO리그 한 시즌 최다 QS+ 기록은 2010년의 류현진(당시 한화)이 세운 22회다. 고영표는 류현진의 기록을 듣고는 “한 시즌에 QS+를 그렇게나 많이 했다고요?”라고 놀라면서도 “언젠가는 꼭 달성해 보고 싶다”라며 웃었다.